Movies

버스, 정류장 (2002)

G_E_N_U 2003. 9. 11. 03:07

TV에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했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고,

사실, 이 영화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.

영화를 다 보고 단언컨데 분명히 흥행에는 실패했을 것같다.

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독립영화인 것으로 착각했었으니까..

그런데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고, 사실 보고 있다보면 약간은 지루한 영화임에도,

신기하게 영화가 끝난 후엔 여운이 남는다.


인간은 왜 꼬박꼬박 살아야 하지?

띄엄띄엄 살 수는 없을까?

한 일 년쯤 살다가 또 한 일년쯤은 죽는 거야.
그러면 사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?

아니면 한 일년쯤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사는 거야.
혜경이 내 인생을 살고 내가 혜경의 인생을 살고..
어차피 우리는 비슷한 인생이잖아..

그런데 문제가 있어.. 대부분의 사람들은
자기 인생은 열심히 살고 남의 인생은 개판으로 막 살겠지?
막상 자기 인생으로 돌아와 보면 너무 망가져 있을 거야..
그래서 남의 인생을 대신 사는 데 사람들은 기꺼이 동의하겠지만
자기 인생을 남이 사는 거에는 동의하지 않을 거야.

무표정한 얼굴로 훗..하는 냉소적인 웃음이 떠오르는 대사들..

김태우와 김민정의 절제된 감정..아니 감정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표정..

서글피 우는 장면에서도 영화에서 흔하디 흔한 조용하고 슬픈 배경음악조차 깔지 않고,

엉엉 우는 모습을 그저 조용히 관찰하게 하는 화면..

하지만..반어법이랄까? 그렇게 메마른 화면 속에서 찾게되는 두 사람의 감정..

영화 내내 떠다니는 두 배우의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 속에서 긴 여운을 남기는..

사회의 금기 내지는 규칙을 깨고, 순수한 인간관계를 찾는 영화..

거짓말은 나쁘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지, 사실 거짓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기위해 하기도 해요.